뉴욕 한식 레스토랑 Atomix, 북미 1위 등극 — “전통과 혁신의 교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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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뉴욕 노매드(NoMad) 지역에 위치한 한국계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Atomix(아토믹스)가 새로 발표된 ‘North America’s 50 Best Restaurants’ 순위에서 영예의 1위를 차지하며 북미 미식계를 뒤흔들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 전역의 레스토랑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통합 순위 발표에서 한식 기반의 레스토랑이 정점에 올랐다는 점에서, 한식의 글로벌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셰프 박정현 부부의 비전: 전통과 혁신의 교차점
2018년 셰프 **박정현(Junghyun “JP” Park)**과 경영 파트너 박엘리아(Ellia Park) 부부가 문을 연 Atomix는 단순히 '고급 한정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재료, 발효 기법, 그리고 '정(情)'과 '나눔'의 미학을 서양의 파인 다이닝 무대 위에 완벽하게 이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tomix의 코스 메뉴는 김치, 장(醬)류와 같은 한국적 핵심 요소를 모티브로 삼되, 이를 타이코스(tilefish)에 버터 소스를 결합하거나 랍스터와 유사한 랑구스티누스(langoustine)에 김치 글레이즈를 입히는 등, 서구의 섬세한 조리법 및 플레이팅과 결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깊은 닭 육수 베이스에 인삼, 전복, 문어 등 다양한 해산물과 육류 재료를 조화시킨 국물 요리는 한식의 '따뜻한 고소함'을 미슐랭급으로 재해석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접근성과의 싸움: 14석 카운터의 '희소성 전략'
Atomix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철저한 **'희소성 기반 운영 전략'**이다. 레스토랑은 2층 구조의 타운하우스 건물 내부에 자리하며, 메인 다이닝 공간은 14석 규모의 지하 **셰프 카운터(Chef’s Counter)**로만 운영된다.
예약 방식: 예약은 매달 1일 오후 3시(동부 표준시)에 열리며, 선결제(Non-refundable) 방식이 필수다. 하루 두 타임(5:30 PM, 8:30 PM)만 운영되며, 예약 성공은 '하늘의 별 따기'로 불릴 만큼 난이도가 높다.
체험의 차별화: 셰프 카운터 코스는 2.5시간 내외가 소요되며, 고객들은 셰프의 설명 카드와 함께 논알코올 페어링을 포함한 다양한 음료 매칭을 경험하며 한식의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미식계가 던지는 과제: 지속성과 대중화의 균형
Atomix의 1위 등극은 한식이 미식 예술의 영역에서 유효한 언어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하지만 미식계 일부에서는 다음과 같은 균형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감동의 깊이: "모든 요리가 훌륭하지만 '백미(白眉)'라 할 만한 감동적인 충격은 부족했다"는 견해는, 완벽한 균형 속에서 '파인 다이닝' 특유의 압도적인 경험을 기대하는 고객들의 아쉬움을 담고 있다.
접근성 문제: 선결제와 제한된 좌석은 '경험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이지만, 동시에 대중적인 접근성 측면에서는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
지속 가능성: 앞으로 Atomix에게 남겨진 가장 큰 과제는 이 명성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이다. 계절과 재료 수급에 따라 메뉴를 자주 바꾸는 실험적인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전 세계 미식 트렌드 변화에 맞춰 어떤 변주와 깊이를 더할지가 주목된다.
Atomix의 이번 쾌거는 단순한 레스토랑의 성공을 넘어, 김치를 비롯한 한국의 장(醬) 문화와 식재료가 글로벌 미식의 메인스트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음을 선언하는 신호탄이다. 미식가들은 이제 Atomix가 펼쳐 보일 다음 장(Chapter)을 기대하고 있다.